나카가와 히데코라는, 일본 분이신데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연희동에서 요리 교실을 운영하고 계시는 요리 연구가분의 이야기를 우연히 신문기사로 접하고 나서 관심이 생겨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에서 오프라인 강연을 한다고 해서 강연을 신청해서 들으러갔다.
아래는 내가 본 인스타그램 강연 소개 글이다 🙂

강연을 들으러 가게된 계기는 나카가와 히데코 선생님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 분께 요리와 인생을 배우고 싶다는 것도 있었고, 이런 니즈 자체가 내 내면에서 떠오르게 된 요즘의 나의 심리 상태를 적어보고 싶다.
올초 개인적으로 큰 일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는 계속 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면서 일상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다가 또 한번의 개인적인 변화의 계기를 우연하게 겪으면서, 굴 안으로 들어가있던 내가 강제로 그 굴속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고 에너지를 써서인지, 아니면 변화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강박적였던 거에 대해 나도 모르던 내 몸이 저항을 하면서 아프게 되었다.
타고나기를 병원도 안 가고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건강한 상태였던 내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약을 먹으면서 정말 여러모로 인생을 정말 진지하게 점검하기 시작했다.
코시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계기가 되었고, 나에게는 사실 모든 사회적 관계와 체험을 스탑하는 시간이었는데, 올 초에 일어났던 일 그리고 그 후 나에게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게한 이벤트들, 최근에 사람들을 갑자기 만나면서 아프게 된 것까지 정말 모든 것이 나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가져오게 했다.
원래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고 왜 사는지를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비슷한 일상들을 유지해오던 내가, 매우 진지하고 근본적으로 나를 점검하고 변화하고 싶다는 강한 니즈를 느끼게 된 것이다.
이토록 정말 모든 면에서 의식적으로 강력한 변화를 꿈꾼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아마 2022년에 일어난 일들이 내게 그런 것들을 가져온 것이겠지. 그리고 나의 나이가 20대 초반 중반 후반이 아니고 2022년에 30살이라는 것이 컸다. 그 전에는 모색하고 약간은 늘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무의식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진지하게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변화를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굉장한 집순이인 모순적인 나의 이 상태를 바꾸고, 사회와 소통하면서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전혀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면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굴해나가고 싶었다.
원래는 이러한 변화를 언제나 내가 하는 기술 업무나 새로운 공부 자격증에서 찾았다면, 이러한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을 전혀 안 해보았던 분야에서 할 예정이다.
작게는 전혀 안 가봤던 동네 가보기, 한 번도 안 먹었던 메뉴 먹어보기, 새로운 강연 신청해서 들어보기, 전시회 다양하게 구경하기, 운전면허 따기 (부끄럽게도 아직도 없다), 나에게 두려움의 영역이었던 것을 도전해보기 등등등
운동의 경우 테니스, 스쿼시, 검도, 카포에라, 크로스핏, 클라이밍, 필라테스, PT, 서핑, 발레, 요가, 골프 등 다양하게 원데이 클래스라도 해보면서 운동 취향을 찾아보았었다. 그래서 운동을 새로 배워보는 게 나에게는 새로운 영역은 아니었다.
적다보니 내가 했던 새로운 모색의 시도들이 떠오르긴하는데, 그 시도들 말고 안 해보았던 것들을 해볼 예정이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 있었는데, 이 때 갔던 나카가와 히데코 선생님의 강연은 내게 매우 큰 위로와 에너지 충전이 되었다. 위치가 합정/상수 쪽이었는데 코시국 이후 거의 처음 방문한 것 같았다. 매우 오랜만에 가본 합정/상수였는데 예전에 방문했던 기억이 겹치면서 길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강연 전 버섯크림소스 미트볼과 감자, 하몽같이 생긴 햄, 바게트가 담긴 도시락을 주셨는데 버섯 소스의 감칠맛이 정말 맛있었다. 강연 전에 든든하게 먹고 강연을 들었다.

정말 맛있게 든든하게 먹었던 도시락 🙂

실제로 만나 뵙게된 나카가와 히데코 선생님은 정말 맑고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눈을 가지신 정말 귀여우시고 생생하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셨다.
히데코 선생님이 가지신 사진들을 보면서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는데 독일, 스페인, 한국에 사셨던 분으로 일본에 산 시간들보다 해외에서 산 시간이 전체 인생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셨다.
언제나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말하시는 것을 보면서, 나도 올해 요리를 배워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시간들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분위기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제공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취미를 가지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배달음식을 시키고 밖에 나가서 먹고 그런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담아 만드는 한 끼.
기술 공부를 하면서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었던 20대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가진 조건들에 의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좀 더 사람냄새나는, 사람들 속에서 성장하고 배우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요리를 나누어먹는 시간들은 그런 커뮤니티를 풍성하게 해주는 좋은 순간들일 것 같다. 좋은 기회가 닿아 선생님의 연희동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서 같이 수업을 듣는 제자분들과도 교감하면서 레시피를 배우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의 공간에서 요리를 해주고 같이 먹으면서 대화하는 교감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선생님의 첫 책이라고 하는 셰프의 딸이라는 에세이를 구매하여서 조금씩 읽고 있는데, 여기에 레시피도 수록되어있는 거 같아서 배워봐야겠다.
선생님 강연을 듣고 나서, 독일 교환학생 시절에 독일친구와 서로 요리를 가르쳐주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문득 생각이 났다. 마지막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독일 친구가 독일 레시피북을 선물해주었었는데, 그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생생하게 기억이나서 너무 고마웠다.
히데코 선생님의 아버지께서 프랑스 요리 쉐프라고 하셨는데, 우리 아빠가 생각났다. 칠할머니는 요리를 매우 잘하셔서 동네 잔치가 있으면 늘 불려가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명절에 먹는 친가 요리는 늘 맛있었는데, 우리 아버지도 친할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아서 족발, 오리 백숙, 떡국, 시래기 된장국 등등 정말 다양한 정성스런 한식을 집에서 자주 요리해주셨었다. 나는 나물 무치는 것을 좋아하고 직접 요리했을 때 맛있게 먹는데, 친할머니부터 이어져오는 그 손맛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은근한 기쁨(?)이 있다. 앞으로 다양한 요리를 배워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
나카가와 히데코 선생님과 마음산책 출판사 분들께 좋은 강연 시간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제공해주셔서 마음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