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949713&memberNo=20215483
힘들거나 방황할 때,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길 때 또는 무언가를 계속 촉박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그럴 때 읽으면 정말 영혼 깊숙하게 힘이되는 책들이 있다.
류시화 시인의 책은 예전에 고등학생이었을 때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처음 읽으면서 접하게 되었다. 인도 여행기인데 정말 생생하게 재밌어서 웃기도 하고, 때로 그 안에 담겨져있는 삶의 메세지가 은은한 감동을 주었다. 많이 힐링되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서 독서모임을 했었던 친구들 중에 한 친구가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로 납치하다”라는 책을 우연히 샀다는 말을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들춰보지 않았었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 구매했었다. 그러나 모든 책을 언제나 사놓고 바로 읽어두지는 않고 어느정도 묵혀놓았다가 읽기도 하고 시집을 즐겨 보지는 않았어서 방 한켠에 두었었다.
어느 날 가족들과 차를 마시다가 시를 좋아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어서 정말 가족주의자의 마음이 우러나와 문득 그 시집이 생각났고 시집을 들춰보다가 마음에 울림이 있었던 시를 가족에게 읽어주었다. 그 시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이라는 시였다. 이 시집의 감동 포인트는 시와 함께 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류시화 시인의 따뜻한 휴머니즘적인 성찰에 있다. 정말 묵직하게 감동적이다. 언젠가 이 시집에 대해서도 또 감상문을 적어놔야지. 주변에 감사한 분께 선물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감사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라는 책으로 다시 돌아오면 처음에 구매했을 때 조금 읽고나서 다른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오늘 이 책이 끌려서 지하철에서 읽었다. 마음 한 구석에 있던 불안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많은 지혜가 담겨있었다.
사랑, 영혼의 돌봄, 감정(을 비롯한 껍데기 같은 것들)을 동일시하는 현상에 대한 성찰, 내면의 아이,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 소명과 노력, 고통과 성장 등등 정말 다양한 주제가 울림있게 다가온다.
다음은 책의 일부이다. 사실 아래와 같이 마음에 울림을 주는 구절이 많아서 책을 거의 대부분을 줄치면서 읽었다. 예전에는 줄을 치지 않고 읽었었는데 줄을 치면 나중에 보았을 때도 그 당시의 내가 무엇에 감명받았는지를 알 수 있고 내용도 기억이 잘 났었다. 과거의 나와 소통할 수 있는 느낌이다.
사랑, 이해, 공감의 공통점은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가슴, 그래서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마음이다. 그때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친교를 넘어 영적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누는 것. 판단보다는 온 마음을 담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어떤 사상과 지식보다 가치있는 일이다. …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 소중한 존재들이 있다. 일상에서 묵직한 무언가를 느꼈을 때, 영적으로 충족되는 어떤 기사나 구절을 읽었을 때 이 좋은 것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존재들. 순수하고 진실되게 살아가고 싶다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응원을 보내주는 존재들.
내게 48시간을 어떻게 사냐며 “48시간 하루”라는 브이로그를 찍어서 공유해달라는 말을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말을 들으면 너무 웃기고 귀엽다. 이 서평을 쓰다가 그 친구랑 카톡했는데 친구의 말에서 따뜻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오늘 책에서 읽었던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 라는 구절이 저절로 생각났다.
순수함, 따뜻한 애정, 러블리함이 묻어나는 친구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게 같이 얘기하다보면 정말 그냥 웃음이 난다. 자연스럽게. 이 친구랑 얘기하면 내 자신이 좋아지고 나다워진다. 어린아이 같은 가벼움을 항상 지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무겁게 가라앉기보다 호탕하고 가볍게 날아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친구는 주변 사람들을 어린아이같은 밝은 에너지를 지니게 해준다. 따스하고 소중하다.
당신의 영혼이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서 다른 어딘가에 떨어져 있소. 영혼은 당신을 잃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은 영혼을 읽은 거요…자기만의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당신의 영혼을 기다려야만 하오. 영혼은 아마도 당신이 몇 해 전 갔던 어느 장소로 당신을 찾으러 오는 중일 것이오. 기다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오. 이것말고는 내가 처방해 줄 약은 없소.
–> 영혼의 돌봄이라는 주제는 가끔 의욕이 앞서서 불안해지고 스트레스 받는 것에 큰 영감을 주었다. 인생을 성취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꽤 오랫동안 지내왔었다. 지금도 가끔 개발 공부할 때 또는 다른 영역들에서 잘하고 싶어서 마음에 두려움이 올라온다. 그러나 내 영혼이 따라올 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 구절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어떤 명료한 영적 키워드는 내가 가지는 이유없는 불안함에 대한 지혜를 준다. 앞서 달려나가는 효율보다도 현존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같다.
마라톤 선수가 달리기가 쉬워서 달리는 게 아니듯 글쓰기가 쉽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모순이다. 글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나 자신이 글 쓰는 데 소질이 없음을 발견하는 데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계속 써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 때 이미 나는 유명작가가 되어 있었으니까.
–> 사회는 가끔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완벽할 수 없는(?) 주제에 대해 열심히 하고 시작해보고 관심가지는 것에 비판하는 마음을 보인다. 그리고 그런 비판적인 시간으로 스스로도 자기 검열할 때가 있다. 시간이 흘러 깨닫게 되는 것은 그런 비판과 무관하게 진득하게 꾸준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세월이 약이다. 노력 또한.
‘나’에게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허무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역동성에 눈뜨게 된다. 그 때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열심히 놀이하게 된다.
–> 가끔 “이렇게 되어야 한다”에 빠져들면서 강박적인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리고 고정된 실체를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벗어나서 현재에 집중하려고 하면 행복해진다. 하지 못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그 에너지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여행 중에 돈이 부족해졌다면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대신 무조건 걷기를 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걸으면서 그 도시에 대해 생생하게 알아갈 수 있다. 또 비용이 비싼 호텔이나 독방대신 공동으로 사용하는 4-6인실 방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생각보다 기적같이 느껴지는 만남과 우연이 발생하면서 인생이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생의 한때에 자신이 캄캄한 암흑 속에 매장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을 전력질주해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가. 그러나 사실 그때 우리는 어둠의 층에 매장된 것이 아니라 파종된 것이다. 청각과 후각을 키우고 저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계절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에 열릴 수 있도록. 세상이 자신을 매장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파종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매장이 아닌 파종을 받아들인다면 불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 2주간의 여행을 떠나기 전 계속해서 바닥과 암흑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언제나 이루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었고 그것에 대해 자동반사적으로 달리는 것에 익숙했다. 좀 더, 더,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그 과정에서 성찰도 있고 깨어남도 있었지만 언제나 다시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 강하게 반복되었다. 정답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공허하고 이유를 알 수 없이 갑갑했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음에 이르러 큰 맘 먹고 여행을 갔다. 행복하고 만족했다면 또는 버틸 수 있을만큼의 고통이었다면 가지 않았을 런던 여행이었는데 그 여행 이후에 ‘새로운 나’ 또는 나를 감싼 사회적 껍데기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꿈같은 설렘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이 느낌을 어떤 단어로 표현한다면 ‘생명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았다. 고통을 느끼는 시기가 오더라도 인생에서 고통의 의미는 사실 신이 우리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말이 참 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큰 어려움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생명 에너지가 존재한다. 집순이를 추구하려던 내게 변화를 가져다 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