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안에서 굴러가는 느낌이 들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가 갑자기 막막해져서 2주간 런던으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고 나서는 신기하게도 굳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지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돌아오고나서 결정한 것 중에 하나가 회사-집 패턴에서 벗어나서 꼭 여기저기 다녀보자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 관심가졌던 주제는 스타트업이었다. 스타트업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내 안에도 나도 모르게 삶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치열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Meetup 어플에서 “스타트업”, “Start Up”관련된 키워드를 쳐서 관련된 밋업 커뮤니티는 보이는대로 참가버튼을 눌렀다.
Meetup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영어로 진행되는 행사가 많아서였다. Startup Grind Seoul – Fitpet (핏펫) 창업자 밋업도 영어로 소개가 되어있어서 영어로 행사가 진행되는 줄 알고 참가했는데 뜻밖에도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사실 나는 강아지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딱히 이유는 모르겠다. 어릴 때 동네에 무섭게 짖어대던 강아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뭔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존재가 내게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게 다가온 것 같다. 고양이는 덜 무서워하는데 이유는 고양이는 인간에게 관심이 없어서이다. 하지만 강아지는 인간에게 관심이 매우 많아보여서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우정의 힘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과적으로 강아지를 굉장히 이뻐하고 그 때는 많이 만져주고 그랬었는데 다시 시간이 지나서 강아지를 직접적으로 접촉할 일이 없다보니 대다수의 낯선, 그 중에서도 많이 활발한 강아지들을 만나면 멀리 떨어져서 본다.
아이러니일 수도 있는데 강아지 관련된 컨텐츠는 정말 좋아해서 열심히 본다. 유튜브 채널 “달려라 달리”, “개밥주는 남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일명 세나개, 노곤하개냥 웹툰(진짜 진짜 너무 좋아한다. 완전 팬!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다.), “금동복실” 등등 엄청난 디지털 집사이기도 하다.
이런 나이기에, 핏펫 (강아지 소변을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분석하여 강아지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패드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에 대해서 찾아보았을 때 관심가졌던 부분은 주로 기술영역이었다.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서 데이터 분석하는 사람들이 어떤 Tool을 사용할까를 궁금해하고 있었고 이 스타트업도 딥러닝 기술을 사용한다고해서 데이터분석시에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시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이 강연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많이 깨달았다. 애견인이신 CEO께서 강아지가 나이가 많은데 건강이 걱정되어서 애견인의 마음으로 제품을 개발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와닿았던 메세지는 “상품이 좋아서 자기만족을 위한 제품으로는 창업 이후 지속하기가 힘들다”라는 것이었다. 이전에 창업하셨을 때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배우신 교훈이라고 하신다. 최근에 스타트업 관련해서 읽었던 책 중에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가 있었는데 긱경제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와 아주 밀접한 스타트업 플랫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특히 공유경제플랫폼 스타트업의 흥망성쇠가 나와있다. 제목은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여서 직장인이 읽어야하는 책 같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must read 같았고, 그 중에서도 공유경제 스타트업 플랫폼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정말 필독인 것 같았다. 이 책을 얘기하는 이유는 사실 좋은 얘기, 때로는 좋은 뜻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고 거기에서 배워서 발전해나가야하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어쩌면 꿈과 열정을 갖고 창업할 때 이 부분을 놓치기 쉬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에피소드가 책에 많이 소개된다. 스타트업, 예전에 닷컴버블때도 비슷할 것 같은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과정에서는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일을 계속 자연스럽게 겪게 될 것 같다. 직장인의 쳇바퀴 삶과는 다른 열정적인 에너지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하게 좋았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은 보람과 함께 어려움이 공존하는 것 같다.
이 메세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내가 스스로 잊지 말아야하는 메세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나로 요약한다면 “있는 그대로 보는 것”. 명상과도 비슷하다. 과거 팀플할 때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단체의 어떤 프로그램의 참여자를 어떻게하면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이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신선한 마케팅을 제시하지 못했었는데 그 때 당시 분석한 원인은 스스로 당위성에 빠져있었던 것이었다. “좋은 목적이니까 일단 알려지기만 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접근했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정말 좋은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했다. 단순히 착한 목적을 가진 것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 그것보다 좀 더 깊이있는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했다. 그 때 얻었던 메세지를 이 밋업에서 다시 보게되면서 놀랍고 신기하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
이 메세지 외에도 정말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아래는 요약본이다.
- 대기업에서 배운 것? 체계, 회의하는 방식, 복지, 문화 –> 직접 창업한 회사에도 체계적으로 적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대기업에 있을 때는 쳇바퀴같은 일상이고 불합리한 것을 볼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왜 이렇게 하는거지, 더 좋은 방법은 없나?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해보면 좋다. 이 조언을 회사에서 엄청 유능하기로 소문난 분 2명이 해주셨었는데 신기했다.
- 팀 멤버는 사람인, 원티드 같은 곳에서 필터를 걸어서 직접 연락하여 채용함.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개발자를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메일과 문자에 정성을 담아서 연락했다. 100명에게 연락한다면 5% 정도 연락이 오는데 반려동물이라는 ‘비전/미션’에 공감해주셔서 팀원을 잘 구할 수 있었다.
- 제품 개발 시에 니즈, 문제점, Pain Point를 고민하고 검증하는 단계를 가지는데 사람들의 실질적 구매여부를 고려한다.(강연에서는 사람들이 ‘살 건지, 안 살 건지’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이 확 와닿았다.) 내부 직원, 지인, 커뮤니티 등등 100분 이상에게 물어본 것 같다. 그러고나서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 제조원가, 향후 얼마나 팔릴지 등등 가설을 최대한 많이 세워보았다. 정성적인면 + 정량적인면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는데 훗날 이 가설들이 백프로 통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생각한다. 가격 책정을 위해서 “로하스(?)”를 도입하면 좋았을 것이라 하셨는데 로하스가 뭔지 모르겠다… ^_^ 나중에 구글링하면 나오겠지 하고 안 물어봤는데 안 나온다(?).. –> 대표님께서 답변 주셨다!! 완전 친절하셨다. 정답은 “로아스(ROAS)”이고 “Return on Ad Spend”라고 한다.
- 네이밍?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분께서 질문해주셨는데 이 분이 하는 질문을 보면 실제로 창업을 준비해야만 나올 수 있는 질문들 같았다. 네이밍의 경우는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최대한 간결하게 지으시려고 했다고 한다. 사용하려했지만 이미있는 이름들도 있어서 제외하고 지으셨다고 한다.
- 파트너십 기준? 위에 네이밍에 대해서 물어보신 분이 질문하신 내용인데, 창업주께서는 업계 순위를 보고 잘 나가는지, 못 나가는지를 기준으로 보신다고 한다. 강연을 들을수록 느낀 것인데 현실적으로 균형이 매우 잘 잡히신 분 같다. 배울점이 많은 부분이다.
- 창업프로그램 지원? 나도 어떤 중소기업 창업주 인터뷰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았는데, 창업하다보면 제품 개발에 여력이 없어서 정부나 어떤 기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참여하기 힘들어서 지원 받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제품 개발에 몰입했다는 내용이었다. 핏펫 CEO께서는 그래도 한 번 받아보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이유는 정말 정말 너무너무 공감되었는데, 사업계획서 (그 당시에는 개발한 제품이 없었다고 한다.)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미리 챌린지를 받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고 그 중 굉장히 혜안을 가진 피드백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지원금을 받은 내용에 대해 증빙하는 과정은 초반에 혼자 다해야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개인의 비용을 무리하게 지불하기보다 지원받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셨다고 한다. 글을 정리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객관적인 피드백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 아이디어 피드백 받는 과정에서 창업 아이템을 공개하는 게 괜찮을지? 예를 들어, ~~한 제품이 있는데 사용하겠는가? 가 아니라 ~~~상황에서 어떤게 불편했는가. 무언가 돌려서 물어봐야하는지 물어보신 것 같았다. 답변은 정보유출을 조심해야하기 때문에 적절히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이 질문을 한 분은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인도 여자분이었는데 한국말 너무 잘하시고, 이 질문에서 창업을 정말 준비하시는 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대단하다…세상에 흥미롭고 멋진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답변에서 들었던 생각은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제품은 아무리 좋아도 카피캣이 많아질 수 있어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질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면에서 요식업이 참 어렵고 예측하기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잘 되는 곳은 엄청 잘 되기도 하고.
- 조직문화? 굉장히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가지고 계신다고 한다. 한 사람일지라도 조직의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일화도 공유해주셨다. 사람이 참 귀하다.
- 어떤 창업가가 되고 싶은지? 1) 같이 일하는 직원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돈을 많이 주어야할 것 같다. 개발자의 경우 야근이 많은데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비전/미션 즉 좋은 뜻과 함께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한 것 같다. 반려견의 건강이라는 것이 다행스럽게도 굉장히 강력한 미션 같다. 그래도 어떻게하면 동기부여를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도 한다. 2)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3) 개인적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 창업주를 미리 인터뷰하신 Startup Grind 봉사자분께 들었는데 사전 인터뷰가 밤 8시 정도?에 진행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일하러가셨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사람이 적고 백업의 개념이 적다보니 노동강도가 많이 빡셀 것 같긴하다. 예전에 유투브에서 살을 빼게 도와주는 기업의 광고 중 스토리텔링으로 한 여자 고객이 나왔는데, 본래 운동을 좋아해서 날렵했었는데 창업을 하면서 좋아하던 운동을 못하게 되고 살이 급격히 찌게되었다고 했다. 근데 이게 남말처럼 들리지 않은 것이 가까운 지인 분 중에 창업하시면서 겪게 된 변화 중 하나 공유해주신 것이 창업 전에는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새벽에 같은 시간에 일어났었는데 창업 이후 일정이 불규칙하게 되면서 그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물론 불규칙한면이 가져오는 장점도 있긴한 것 같다. 예를 들어 꼭 가보고 싶은 좋은 행사가 있더라도 직장인의 경우 무조건 월~금요일까지 회사에 같은 시간에 나와야해서 못 가고 휴가도 가고 싶은 나라로 가고 싶은 일정으로 가는 것이 힘들다. 그러나 창업주라면 일정을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조정이 가능한 것 같다. 인생의 정답은 없고, 트레이드 오프는 존재한다. 그래서 현존이 중요한 것 같다. 현재 내가 가진 삶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그 긍정성을 확대시키는 것이 참 중요하다.
사실 오늘도 행사에 참여하기가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불투명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보았더니 참여할 수 있었다. 참여하길 너무너무 잘했다. 그냥 새로운 거 해보자라는 취지에서 참여한 거였는데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 이 행사를 주최해주신 분들 + 창업자 분 + 질문자 분들 모두에게 감사한 하루다~!!